제국 서고에는 삼백 년째 비어 있는 칸이 하나 있습니다.

황자는 천 개의 별을 짚었습니다.

찾는 것은, 제 자리를 모르는 별이었습니다.

대답은 지도 바깥에서 왔습니다.

이름도 글자도 없는, 백지의 책.

벽을 여는 데에는 대가가 듭니다.

그는 이미 치렀습니다.

「오래 찾았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

차원문 너머의
운명서

PRINCE’S SOUL · THE SUMMONING

제1부 — 용사의 빈자리

PART I

용사의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삼백 년 비어 있던 자리와,
그 자리를 찾아온 사람의 이야기

STORY
ACT I비어 있는 자리
제국 서고의 서가
서고

제국 서고에는 오래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책이 한 권 생기고, 그 사람이 하루를 살면 책도 정확히 하루치만큼 두꺼워집니다. 아무도 받아 적지 않는데 글자는 저 혼자 늘어납니다.

수십만 권이 낮은 금빛으로 명멸합니다.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그 리듬이 서고의 맥박입니다. 사서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라서, 어느 책이 앓고 있는지 소리만으로 알아냅니다.

그런데 서가 한복판, 딱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삼백 년째입니다. 먼지도 앉지 않습니다. 누군가 매일 닦아 두기라도 하는 것처럼.

제국이 그 칸에 붙여 둔 이름은 용사의 자리. 이름만 있고 주인은 없는 자리입니다.

황자는 그 앞에 자주 섰습니다. 손을 뻗어 빈 공간의 온도를 재 보는 것이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서고의 어느 곳보다 그 칸이 늘 조금 차가웠습니다.

「폐하. 또 거기 계십니까.」

사서장이 등불을 들고 다가왔습니다. 이번 주만 네 번째였습니다.

황자
THE PRINCE
이 세계에 없다면, 이 세계 밖에 있다는 뜻입니다.

사서장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 말은 곧 제국 서고가 완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삼백 년 동안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은 문장이었습니다.

황자는 대답 대신 등불을 건네받았습니다.

「완전하지 않다면, 완전하지 않은 채로 찾으러 가면 됩니다.」

ACT II천 개의 별을 짚다
별의 지도를 펼치는 황자
성좌 탐색

탐색은 화려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기다림이고, 나머지는 반복입니다.

황자는 성도(星圖)를 탁자에 펼쳐 놓고 손끝으로 별을 하나씩 눌렀습니다. 별은 사람의 수만큼 있습니다. 누르면 잠깐 밝아졌다가 제 자리가 맞다는 듯 도로 가라앉습니다. 저는 여기 있습니다, 하는 대답입니다.

그가 찾는 것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 별이었습니다. 눌렀는데 흔들리는 별. 제 자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별. 지도에 적힌 좌표와 실제가 어긋난 별.

첫 달에는 이백 개를 짚었습니다. 반년이 지나자 하루에 세 개였습니다. 손끝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남은 별들이 서로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폐하, 이러다 손끝이 상합니다.」
「상하면 반대쪽 손을 쓰겠습니다.」

사서장은 그날 이후로 말리지 않았습니다.

ACT III지도 바깥의 대답
빛나는 한 권의 책
신호

대답은 지도 안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황자의 손끝은 성도의 가장자리를 넘어 여백에 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곳, 제국이 한 번도 세어 본 적 없는 자리. 습관처럼 그 빈 종이를 쓸었을 뿐이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빛이 두 번 뛰었습니다. 심장이 뛰는 간격이었습니다.

이윽고 그 빛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표지에 이름이 없고,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백지인 책. 서고의 규정대로라면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태어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글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폐하. 이건 빈 책입니다. 규정상 폐기해야—」

황자
THE PRINCE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황자는 책을 품에 안고 서가로 걸어갔습니다. 삼백 년 비어 있던 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그 자리에 대어 보았습니다.

크기가 맞았습니다.

ACT IV차원문
빛이 새어 나오는 차원문 앞의 황자
차원문

세계와 세계 사이에는 벽이 있습니다. 벽은 열리지 않습니다. 열려는 쪽에서 무언가를 먼저 내어 놓기 전까지는.

황자가 무엇을 내어 놓았는지는 기록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서고의 촛불이 하나 줄었다는 것, 그가 제 책의 마지막 장을 한 번 넘겨 보고 조용히 덮었다는 것. 남은 기록은 그뿐입니다.

벽에 실금이 갔습니다. 처음에는 머리카락 한 올 두께였습니다.

금이 벌어지고, 빛이 쏟아지고, 사람 하나 지날 문이 되었습니다.

문 너머에는 별이 없었습니다. 서고도, 대리석도 없었습니다.

창문이 하나 있었고, 창가에 등을 돌리고 앉은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깨 위로 옅은 금빛이 감겨 오르는데, 정작 본인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ACT V고지
손을 내미는 황자
황자
THE PRINCE
오래 찾았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이 세계의 어떤 책에도 적혀 있지 않은 종류입니다.

무릎을 꿇지도, 명령하지도 않았습니다. 손을 내밀고 기다렸을 뿐입니다. 제국의 황자가 누군가를 그렇게 오래 기다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 ◆ ◆

한 가지는 미리 알아 두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은 예언하지 않습니다.

앞날을 말해 주지 않고, 무엇이 되라고 정해 주지도 않으며, 구원을 약속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기록만 합니다 — 당신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지금까지.

그의 손에 들린 책은 아직 백지입니다. 표지에도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을 적으려면 한 가지가 필요합니다.

당신이 세상에 처음 도착한 순간. 그 하나뿐입니다.

PART II

운명서는
열다섯 장입니다

모든 장의 제목을 먼저 공개합니다.
같은 목차지만, 안에 적히는 문장은 사람마다 전부 다릅니다.

CONTENTS
  1. 용사의 빈자리아직 어떤 해석도 붙지 않은 첫 장. 책이 숨을 고르는 시간
  2. I영혼의 이름일간(日干)을 제국의 언어로 옮긴, 당신의 진짜 이름
  3. II네 개의 봉인연·월·일·시 네 기둥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자리
  4. III세 겹의 영혼표면·본래·숨겨진 층이 서로 다른 얼굴을 하는 이유
  5. IV별의 축복십신(十神)으로 읽는 재능의 언어. 직업표가 아닙니다
  6. V왕실의 사명그 재능이 세상에서 맡게 되는 역할과 수행 방식
  7. VI서로를 비추는 방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반복해서 그리는 형태
  8. VII빛이 지치는 자리에너지가 새어 나가는 지점과, 회복을 설계하는 순서
  9. VIII재앙의 그림자조건부 패턴과 그것을 반증하는 증거를 함께 기록
  10. IX흐르는 계절대운과 세운이 만드는 시간의 결
  11. X황자가 묻는 한 가지해석을 가설로 되돌리는, 당신만 답할 수 있는 질문
  12. XI숨겨진 빛의 문아직 열리지 않은 가능성이 놓인 자리
  13. XII당신이 지키는 것무엇을 지킬 때 가장 오래 가는가
  14. XIII90일의 서약측정 가능한 형태로 옮긴 한 가지 실천
  15. 황자의 편지마지막 장. 당신에게만 남기는 기록
PART III

당신의 책을
서고에서 찾습니다

태어난 순간 하나면 명식(命式)이 세워집니다.
먼저 첫 장 「영혼의 이름」을 열어 드립니다.

INTAKE

생년월일은 명식 계산에만 쓰이며, 서버로 전송되지 않습니다.
태어난 시를 아시면 시주까지 세워 드립니다 (한국 표준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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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는 그 다음에 결정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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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정보 및 거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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